1987년 대한민국은 격동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민주화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오랜 군사 정권을 끝내고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진 역사적인 해였죠. 많은 국민이 염원했던 '민주 정부'의 탄생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바로 1등과 2등 후보의 치열한 다툼 속에서 3등 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어부지리로 당선된 것입니다. 오늘은 이 드라마틱했던 제13대 대통령 선거의 배경과 결과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민주화의 열망과 직선제 쟁취
1987년 6월 항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입니다.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조치'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묵살하고 현행 헌법을 유지하겠다는 발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고, 이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전두환 정권은 국민의 뜨거운 열망에 굴복하여 '6.29 민주화 선언'을 발표,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게 됩니다.
이로써 16년 만에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직선제 선거가 부활했습니다. 국민들은 독재 시대를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줄 지도자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양김' 후보의 등장과 분열
직선제 개헌이 확정되자, 그동안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왔던 두 거목, 김영삼(YS)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유력한 야권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이들은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화의 상징이자, 국민적 지지를 한몸에 받는 인물이었습니다. 당시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두 김씨 중 한 명이 후보로 나선다면, 충분히 여당 후보를 꺾고 민주 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김씨는 각자의 정치적 신념과 지지 기반, 그리고 대선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로 인해 단일화에 실패하고 각자 후보로 나서게 됩니다.
- 김영삼 후보: 통일민주당 후보로 출마.
- 김대중 후보: 평화민주당 후보로 출마.
어부지리 노태우의 당선
야권의 분열 속에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노태우 후보를 내세웠습니다. 노태우 후보는 6.29 선언을 통해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고 직선제를 발표함으로써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를 내세우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비록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군부 핵심 인물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야권의 분열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었습니다.
결국 1987년 12월 16일 치러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는 36.6%의 득표율로 당선됩니다.
- 노태우 (민주정의당): 36.6%
- 김영삼 (통일민주당): 28.0%
- 김대중 (평화민주당): 27.1%
-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8.1%
보시다시피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55.1%로 노태우 후보의 득표율을 훨씬 상회합니다. 즉, 두 야권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했더라면 충분히 정권 교체가 가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1등과 2등(야권)이 싸우다 3등(여권)이 어부지리로 당선되었다'는 말은 바로 이 상황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입니다.
마치며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당선은 16년 만의 직선제 부활이라는 민주화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치 지도자들의 분열이 국민의 열망을 좌절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쓰라린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사건은 이후 한국 정치에서 '단일화'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민주화 과정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제13대 대통령 선거는, 국민의 힘으로 직선제를 쟁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리더십의 분열로 인해 기회가 유실될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이 역사를 통해 정치적 선택의 중요성과 단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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